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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을 생각해본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10일(목)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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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논설위원 황부원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청명, 한식을 지나고 나니 기지개를 펴면서 생동감 넘치게 봄기운을 알리려고 저마다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서울 여의도에서는 벚꽃축제를 시작하자마자 꽃이 떨어지고 쌀쌀한 날씨탓에 봄이 잠시 멈춘 기분이다.

대기업 이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 연봉이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서민들의 마음이 얼어붙더니, 우리 사회는 지금 ‘황제노역’이라는 신조어에 시끄럽다.
황제노역 사건의 시작은 이러하다.

허재호 전 대우그룹 사장이 지난 2007년 계열사가 행한 5백억대의 탈세에 개입하고 회사돈 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과정에서 재계 인사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선처를 해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징역 4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에 노역 일당 5억이란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그간 노역일당 판결을 살펴보면 선박왕 권회장이 3억원으로 최고 금액이었고 CJ그룹회장은 1억원, 전 전 대통령의 차남은 400만원, 태광실업 회장은 300만원이었다.

노역 일당은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서 일정 기간 일을 해서 벌금을 대신하는 제도다. 벌금액수를 노역 일당으로 나누면 노역 기간이 나오는데 3년을 초과할 수 없고 일당은 재판부 재량을 정할 수 있는데 서민들은 하루에 5만원 정도다.

앞서 판결조차도 재벌봐주기 의혹이 있었지만 허 전 회장의 하루당 5억원 일당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수속등록 절차를 진행하는 3일, 그 기간동안 15억원의 벌금이 감액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5억은 감이 잘 오지 않는 금액이다. 분명한 것은 한눈팔지 않고 성실히 직장 생활을 40년을 해왔지만 돈 5억은 만질 수 없는 돈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평균 5억이고, 제 2의 조국 러시아에서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하는 안현수 선수는 눈물겨운 훈련의 대가로 5억의 상금을 받았다.

이번 황제노역 판결로 국민들은 힘이 빠졌다.
지난 달,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 모녀가 동반자살한 서글픈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씁쓸하다 못해 쓰린 소식이 전해진 셈이다.

언론에서 ‘황제노역’이 연일 보도하면서 검찰이 항소를 다시 논의하고 담당판사는 사표를 냈고 국회에서도 노역일당에 대한 법률을 발의했고 회장 부인이 자살을 시도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꽃들을 얼어붙게 만든 냉랭한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듯이, 복지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행해지는, 나눔과 배려가 꽃피는 2014년의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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