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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에서 있었던 일(1편)
93 월간 농민문학 신인상 당선소설
조학제(소설가,한국문협회원,본지 편집국장)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07월 31일(목)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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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중 좋지 않는 비련의 추억은 다시는 생각하기 싫을 것이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은 일생을 살아가며 몇 번이고 되새기고 생각하여 그 추억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될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추억 만들기에 혈안이다. 과연 그 추억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많은 젊은이들이 열심히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

추억은 싱싱한 나무와 같다. 싱싱할 때 심어주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며 싱싱한 젊음 속에 있을 때 싱싱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남겨놓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먼 후일 각박하고 메마르고 찌든 사회생활 속에서 목마른 자의 샘물처럼 우리들에게 아늑한 안식처를 만들어 줄 것이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인생살이에서 스스로 위안을 받으며 영원하고 아름다운 잊지 못할 일로 간직하고 싶은 이루지 못한 소중한 사랑의 추억이 있다.

살같이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오르면 대략 15년전 8월.
해병하사 만기 제대 후 전공을 살리기 위하여 입대전 다니던 부산 K통신에 복직신고서를 끝내고 발령을 기다리는 동안에 아버지의 사업(정무미도정업)을 돕던 시절이 있었다.

그곳은 넓은 평야를 낀 경북의 곡창지대로서 아늑하고 정서가 풍무한 전형적인 시골이었으며 아버지는 대지2,000여평에 정부미도정공장을 건립하여 경영하고 계셨으나 공직에서 퇴직하신지가 얼마 되지 않아 공장경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시골에 내려 온지 2주쯤이나 지났을까? 도시에서만 생활하다가 익숙하지 못한 농촌환경에 적응해 가며 열심히 아버지 슬하에서 일을 도우며 배우고 있던 어느 날 초저녁, 우리 공장 간이식당의 K양이 사무실에 와서는 느닷없이,

「조 과장님! 동네 구판장으로 지금 빨리 오이소」
밑도 끝도 없는 말을 던지고 총총걸음으로 살아져 버린 것이다. 동네 구판장은 공장 종업원들이 단골로 유일한 세참을 먹는 L양의 집이다. 마침 월말인지라 외상값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내려가 보니 그것도 아닌 듯, L양의 방인 듯한 아랫방 축담에 여자들의 신발만 수십 켤레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방안에는 아가씨들 말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망설이며 서 있자 갑자기 크게 들리는 L양의 목소리,
「바깥에 공장 총각, 왔으면 빨리 들어오지 왜 뻔히 서만 있는 껴?」
「예? 예에~알았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잔소리 말고 방문 열고 퍼뜩 들어 오이소!」
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마한 시골방안 세 벽쪽으로 가득 아가씨들이 삥 둘러 앉아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떨리고 쑥스러워 도저희 들어갈 자신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도시에서 생활했고 천하무적 해병대를 제대한 난데 이까짓 일 가지고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용기를 내어 들어가 방 한복판에 떡 들어 앉았고 아기씨들은 입이 있는 데로 나에게 한마디씩 했다.
「저 사람이 공장집 둘째 아들이가?」

「건방지데이······」
「잘생겼데이······」
「못생겼네······」
「신고식 똑바로 안하면 재미 없데이···」
「깔깔깔···호호호···」

아마 이 동네 아가씨들 다모인 것 같다.
K양과 L양은 다들 조용히 하라며 나에게 정식 신고식을 하란다. 그중에서 선배인 모양이다.
「이 동네에 살려고 들어 왔으면 당연히 먼저 인사를 해야지 2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오늘 호출 시켰으니 말 잘안들으면 혼내 주겠다」
며 으름장을 놓는다. 재미도 있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쑥스러워 말없이 고개 숙여 앉아 있었다.

「빨리 일어서서 자기소개를 세밀하게 하고 큰절을 몇 번 하소!」
하고 누군가가 크게 외친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들어오는 손님한테 먼저 인사하라는 그런 법은 예의에 어긋나니 주인인 아가씨들께서 먼저 인사를 저에게 해야 된다고 봅니다」
라고 나는 정중하게 임기응변 답변을 하였다.

K양과 L양은 나의 말에 「맞다」
며 뜻밖의 맞장구를 치자 열몇명의 아가씨들은 서로들 눈치를 보며 차례로 일어서면서 나이와 이름을 밝히고 인사를 하였다.

이 동네에는 젊은 총각은 한명도 없었고 18세에서 24세까지의 아가씨들중에 K양 L양이 24세로 가장 언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사를 나눈 후부터 훨씬 부드러워진 속에서 윷놀이, 나이론뻥, 가위바위보 등을 하여 국수, 메밀묵을 먹으면서 팔목때리기. 마빵때리기, 손바닥때리기 등을 했고 청일점인 나는 매 게임마다 참여하며 구김살 없고 순박한 시골처녀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골의 순진한 동심을 다치게 할까봐 조심조심 말하고 행동하며 가까스로 이날의 신고식을 넘긴 이튿날 아침, 팔다리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온몸이 욱신욱신한 가운데서도 나는 어제의 순박하고 구수한 시골인심을 생각하며 더없이 흐믓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내 인생에 있어 비련의 오작교가 기다리고 있음을 누가 알았을까?
-2편으로 계속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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