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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에서 있었던 일(2편)
‘93 월간농민문학 신인상 당선소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20일(수)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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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복직회사인 K통신에서 발령장이 떨어 졌지만 아버지의 권고도 있고 나 자신도 농촌을 떠나기 싫어 복직을 취소하고 공장의 서기로서 열심히 일하며 농촌인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 동네는 20여호의 가구가 밀집하여 옹기종기 촌락을 이루고 있으며 하늘과 맞닿은 넓은 황금물결의 들판은 마치 한폭의 그림과 같이 장관을 이루어 신의 조화에 황홀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곳마다 일년 동안의 수확은 거둬들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농민들이 보인다. 수건을 머리에 둘러쓴 아낙과 바지저고리의 할배는 연신 흥이나 서 콧노래를 부른다.
나는 이런 시골이 좋다. 삭막하고 찌들어진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은 농촌이 주는 정서적이고 포근한 정을 모른다. 나는 농촌에서 흙냄새를 맡으며 흙을 배우며 영원히 농촌에서 살 것이다. 나의 시골생활은 항상 새롭고 흥겨웠다. 이제 동민들도 거의 알게 되었고 또 나의 유일한 막역지우가 된 G군을 얻게 되어 거의 매일 만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군에서 갓 재대한 G군도 농촌에 그냥 머물기로 해서 나는 무척 반가웠다. 우리 동네는 이제 2명의 젊은 청년이 생겼다. G군은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수호지의 ‘무송’처럼 190cm 장신의 키에 삼국지 ‘제갈공명’의 지혜를 닮아 머리가 비상한 청년이다. 그 친구가 어느날 나에게 은밀한 이야기를 해준다.
「건너 동네에 결혼 적령이 곽찬 A양과 B양이 있는데 두 아가씨 다 가문 좋고 나무랄데 없는 요조숙녀이니 우리같이 만나보자」
나도 싫지가 않아서 쾌히 승낙 후 이틀 뒤 30여리 밖의 읍내 다방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첫눈에 A양이 마음에 들었고, G군도 B양이 마음에 드는가 보았다. 우리보다 먼저 둘이는 자리를 떠버린다.
그 후 A양과 몇 번을 만나보니 볼수록 마음에 드는 아가씨였다. 아버지가 교장이고 과수원을 하며 전문대학을 나온 진짜 요조숙녀란걸 느꼈다. 전형적인 동양의 미인 계란형 얼굴에 볼은 약간의 홍조를 띄며 양쪽 보조개에 164cm의 키에 몸이 좀 약한게 흠이지만 귀엽고 아름다운 아가씨임에는 틀림없었다.
가히 만고미색이라 할 수 있으리라. 오토바이로 둘은 드라이브를 자주 나간다. 황금들판의 하늘 끝을 잡으려 힘껏 달려보지만 하늘은 잡히지 않는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우리의 마음처럼 넓고 마냥 깨끗하기만 하다. 고추잠자리 떼가 머리 위를 맴돌며 우리를 축복하듯이 떠나지를 않는다. 방대한 푸른 초원이 보인다.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우리의 미래를 점치며 하늘을 우러러보며 드러누워 본다, 마치 우리의 보금자리인 것처럼······
하늘엔 하이얀 물게 구름 몇점이 흘러간다. 큰 구름 아빠구름, 작은 구름 엄마 구름, 새끼 구름 애기 구름···손을 꼭 잡고 우리는 미래를 점치며 서로 변치말자고 약속했다. 갑자기 달콤하고 상큼한 냄새가 후각을 진동한다. 포도밭이다.
우리는 벌떡 일어나 포도밭으로 달려 간다. 알알이 영근 청포도를 치마폭에 가득 담아 입술에 터뜨려 본다. 달콤한 맛이 청순한 우리의 사랑을 시기하듯 쳐다본다. 우리는 청포도 사랑에 서로가 존재해 있음을 새삼 인식한다.
야간의 오토바이 드라이브는 매력만점이다. 칠흑 같은 캄캄한 밤 모든 우주 만물이 잠자고 있는 시간에 우리 둘만의 살아 움직인다는 것과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묘미이다. A양의 집과 나의 집은 2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 중간지점에 커다란 느티나무아래 ‘오작교’라 칭하는 예쁜 다리가 놓여 있다. 아마 어떤 전설이 있으리라···
오작교 밑에는 하이얀 백사장 위에 수정처럼 맑은 냇물이 흐르며 옥구슬 같은 조약돌이 물밑을 수 놓고 있다. 우리는 만났다가 헤어 질 때 꼭 오작교 다리위에서 헤어진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0시경 다리 위에 도착하여 다음의 만남을 약속하고 있을 때 였다.
갑자기 다리 끝 백양나무 뒤편에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칠흑 같은 밤인지라 물체는 구분이 잘 안 되었다. 누굴까···? 시골이며 0시부터 통행금지라 다니는 사람이 없을 시간이었건만 저벅저벅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나며 검은 물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려니 하고 있는데 갑자기 A양이 검은 물체를 보고 깜짝 놀라며 후다닥 다리 밑으로 내려가서 숨어버린다.- 3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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