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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들려주시는 우리 고장 옛이야기(영양군 편 7)
탑을 쌓아주시오
- 석보 화매리 ‘절골’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06일(목)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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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우리는 우리 둘레의 모든 사물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석보면 화매리 뒷 골짜기에 절골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어. 절골로 불리기 전에는 뱀골이라 불릴 정도로 뱀이 많았대.
어느 해, 이곳으로 한 청년이 찾아왔어.

이 청년은 다 떨어진 옷에 힘없는 얼굴이었어. 걸음도 겨우 걸었어.
“어디로 가면 맑은 샘이 있을까요?”
청년이 마을 사람에게 물었어.

“뒷산 골짜기에는 어디에나 맑은 물이 좔좔 흐르고 있소만.”
“고맙습니다. 저는 그런 곳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합니다.”
“보아하니 무슨 힘든 일이 있는 모양인데 그곳으로는 함부로 들어가지 마시오.”
“아니, 왜요?”

“뱀이 많아요.”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제가 먼저 뱀을 해치지 않는데 뱀이 저를 괴롭히겠습니까? 괜찮을 것입니다.”

청년은 작은 봇짐을 등에 메고 뒷산으로 들어갔어.
‘음,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곳이로다.’

청년은 바위 밑 양지쪽에 돌을 쌓아 작은 잠자리를 만들었어.
이곳은 뱀들이 가끔씩 해바라기를 하는 곳이었어.
“아니,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들이 햇빛을 쪼는 곳을 차지했다.”
“혼을 내어주도록 하자.”

뱀들이 의논을 하였어.
청년은 그것도 모르고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았어.
산에는 금방 밤이 찾아왔어.

청년은 무서운 줄도 모르고 생각에 잠겼어.
‘도대체 저 별들은 얼마나 될까? 별들이 저렇게 많은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사람이 죽어 하늘로 올라가면 별이 되는 것일까? 그럼 짐승들은 어떻게 하고? 사슴이나 노루도 눈망울이 얼마나 맑은데……. 음, 별들이 나를 보고 눈을 깜박이는 것 같구나. 뭐라고 하는 것일까?’

청년은 문득 별을 세어보았어.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뱀들이 청년이 별을 세는 소리를 들었어.

“저 사람 목소리를 들어보니 별로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래, 우리를 잡으러 온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좀 더 두고 보아야겠어.”
이윽고 새벽이 되었어.

“으으으!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여름인데도 매우 춥구나.”
청년은 일어나 바위 위로 올라갔어.

아직도 온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어. 그렇지만 멀리 동쪽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어.
“천지신명이시여. 제발 제가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소서. 도대체 사람은 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청년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어.
“저 사람은 산짐승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보기로 하자. 사람은 언제 획 바뀔지 모르잖아.”

낮이 되자 청년은 풀뿌리를 캐어먹고 나무 열매도 따먹었어.
“내가 이 열매를 모두 따먹으면 새들은 무얼 먹을까? 또 내가 이 뿌리를 다 캐어먹으면 내년에는 돋아나지 못할 거야.”

청년은 열매를 딸 때마다 조금씩 남겨두었어. 그리고 뿌리를 캘 때에도 다음해 싹이 틀 수 있도록 조금씩 남겨두었어.
뱀들은 청년이 하는 일을 유심히 지켜보았어.

그러는 가운데 청년은 움막을 점점 키워서 제법 의젓한 집모양이 되게 하였어.
마을사람들이 나무를 하러 산에 왔다가 가끔씩 이 청년을 보았어.
그럴 때마다 청년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하였어.

세월이 흐르자 청년은 점점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어.
‘으음, 도를 많이 닦은 모양이로다.’
마을사람들은 이 청년을 스님이라고 불렀어.

그리고 뱀들도 이 청년이 자기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별로 겁을 내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해 겨울이었어.

날씨가 몹시 추워지자 뱀들은 땅속 깊이 들어갔어. 그런데 바위가 너무 많아 더 깊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었어. 그 바람에 뱀들이 많이 얼어 죽고 말았어.
이듬해 봄이 되었을 때에 살아남은 뱀들은 얼마 되지 않았어.

“아, 우리들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가는구나.”
“그래, 스님에게 가서 우리들을 위해 탑을 세워달라고 하자.”
“그 스님이라면 우리들의 청을 들어주실 거다.”

그런데 이 청년은 뱀들이 부탁을 하러오기 전에 벌써 다 알고 있었어.
‘음, 지난겨울에 추위가 깊어 많은 생명들이 고생을 하였다. 내 그들을 위해 돌탑을 쌓아야 하겠다. 떠나간 뒤에 이 돌탑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그래도 그냥 있기에는 너무 많은 생명들이 이승을 떠났다.

물론 이 돌탑들도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것이 세상 이치가 아니던가? 그러나 불쌍한 생명들이 부디 아름다운 내세로 다시 오기를 빌어주자.’
청년은 돌을 모아 탑을 쌓기 시작하였어.

“어, 스님이 우리가 부탁을 하려던 돌탑을 먼저 쌓고 계신다.”
“그러게 말이야.”
뱀들은 바위 옆에서 청년을 지켜보았어.

탑은 백날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되었어.
그해부터 뱀들은 이 탑 밑으로 굴을 내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어.
세월이 많이 흘러갔어. 그 동안 추운 겨울도 여러 번 지나갔고, 홍수도 있었고 산이 흔들리기도 하였어.

그러자 뱀들도 점점 사라져갔고, 이 스님도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
그 뒤에도 더 많은 세월이 흐르자 이윽고 절도 사라지고 돌탑도 사라졌어.
다만 그 돌탑 흔적만 어슴푸레 남아있을 뿐이래.

그 청년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래, 처처법당(處處法堂)이라. 어느 곳에 있더라도 마음을 잘 갈고 닦으면 그곳이 바로 훌륭한 법당이 되는 법이지.

○ 이 이야기는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전해오는 ‘절골’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나중에 ‘절골’을 한자어로 ‘사동(寺洞)’이라고 적었는데, 어쩌면 ‘뱀골’을 뜻하는 ‘사동(蛇洞)’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윤회사상(輪回思想)에 바탕을 둔 자비 정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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