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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피어보니 잎 지고나니 낙엽(3편)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21일(금)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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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고향은 합천이며 여기 온지 3일 됐어요. 나이는…….”
아가씨가 뒷말을 흐린다. 더 이상 물었다간 울 것 같다. 갑자기 앞의 혁준이가 자기 옆의 진양과 손을 잡고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간다. 나를 보며 눈을 찡긋하며 엄지손을 들어 보이곤 건넛방으로 황급히 사라져 버린다.

단 둘이 남은 우리는 조금은 어색한 것 같다.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자 아가씨는 나를 쳐다본다. 잡힌 새 마냥 오들오들 떨고 있다. 정말 예쁘다.

나도 모르게 아가씨를 덥석 끌어안았다. 덜 익은 풋사과의 향긋한 냄새가 난다. 솜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우리는 말없이 한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그대로 있었다.
“아가씨 정말 몇 살이지?”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18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직 어린 나인데 어떻게 해서 이런 데 왔지?”
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아가씨의 가슴속 깊이 있는 약점을 건드린 것 같아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이 안 난다.

“이야기하기 싫으면 이야기 안 해도 돼. 우리 술이나 먹자.”
아가씨는 눈물을 훔치며 바로 앉으면서 뽀얀 손을 들어 술을 따른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다. 정말 미안해! 우는 얼굴이 훨씬 더 예쁘네……”
아가씨는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이더니만 정색을 하고 체념한 듯이 말을 한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농사짓다가 전국을 다니며 장사를 하고 계시는 관계로 일년에 몇 번식 내려오시고 어머님은 제가 10살 때 돌아가셨는데 새엄마가 들어 오셨습니다…….”

앵두 같은 자그마한 입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아가씨의 눈에는 다시 이슬이 맺힘을 알 수가 있었다. 사연을 다 듣고 보니 정말 애처롭고 불쌍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나의 가슴도 뭉클해진다.

새엄마는 남자아이를 한 명 데리고 왔는데, 자기 자식은 금지옥엽 키우고, 자기는 다니던 초등학교도 그만두게 하고, 매일 힘들고 어려운 농사일만 시키고 구박이 심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내려오시면 잘해주시는 척하고 가시면 또 구박과 멸시를 주고 밥이며 빨래까지 거의 자기가 도맡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님이 내려오셔서 자기를 서울로 데려갔다고 한다.
서울서 초등학교를 5학년까지 잘 다녔는데 갑자기 아버님이 병환으로 돌아가시자 다시 합천으로 내려와서 새엄마하고 살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어렵게 다녔지만 구박 역시 너무 심해져 결국, 아버님의 재산상속을 다 뿌리치고 며칠 전에 가출을 하여 우여곡절 끝에 이쪽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본명은 ‘최은숙’ 이며 친형제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이 아가씨의 기구한 운명을 들으며 어떻게 하든 이 아가씨를 도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날이 밝아 오는데 한숨이라도 눈을 붙이고 가세요.”

하면서 일어나서 아랫목에 이부자리를 깔려고 한다.
“됐어! 잠은 안자도 돼! 통금이 해제되면 바로 집으로 갈 거니깐 신경 안 써도 돼요.”
하면서 아가씨의 손을 당겨 허리를 껴안으니 살며시 안긴다.

“아가씨! 힘내요. 세상살이 다 이런 거라고 생각하고 신께서 아가씨를 시험하고 있으니 좌절하지 말고 꿋꿋이 살아가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올 테니까 말이요. 또한 내가 힘이 닿는 데까지 아가씨를 도와줄 테니 걱정 말고…….”

“아저씨의 말씀만 들어도 저절로 힘이 나요.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우리 아빠 같아요. 우리 아빤 굉장히 자상하셨거든요. 아저씨 도움을 안 받아도 저 혼자 열심히 돈 많이 벌어 성공할거예요.”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이슬을 머금고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영롱한 두 눈에 진실의 의지가 가득 차 있음을 느꼈다.
“참! 아저씨는 뭐하는 분이세요?”

나는 그냥 직장인이라고 말하고 차마 돈이 없다는 이야기는 하질 못했다. 이제 은근히 걱정이 된다. 술상 옆에는 빈 안주 접시와 술병들이 어지러이 뒹굴고 있다. 어림잡아 계산해 보아도 1만원 이상은 될 것 같다. 나의 수중에는 천 몇백원뿐이다.
-계속(4편은 다음호에 실어드립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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