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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고기는 절대 먹지 않아
- 파천 덕천리 ‘권택만 효자각’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21일(금)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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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사람은 효자라야 충신도 될 수 있고 열녀도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 속에는 어떠한 뜻이 들어있을 것 같니?
“아니, 저 사람은 택만이가 아닌가?”
“그런 것 같네. 장작을 지고 장에 왔구먼. 무거울 텐데.”
“그래, 이리 부르세.”
“여보게, 택만이 이리 좀 들어오게. 요기 좀 하고 가세.”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들이 주막집 마당에서 음식을 먹다말고 택만을 불렀어.
택만이가 돌아보았어.
“나는 급하네. 빨리 가봐야 해.”
택만이는 손을 저었어.
“어허, 그 사람 참.”
친구 한 사람이 달려 나가 택만의 손을 잡아끌었어.
“좀 쉬었다 가세. 그렇게 바쁘기만 해서야!”
택만은 하는 수 없이 마당 구석에 지게를 내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앉았어.
“보시오, 주모. 여기 잔 하나 더 가지고 오시오.”
“예에, 잘 오셨수. 안 그래도 장작이 다 떨어져 장작을 사려고 했는데……. 오신 김에 그 장작은 그만 우리 집에 내려놓으시오.”
“어허, 친구 덕분에 여기서 장작 팔게 생겼네.”
“거봐, 좋은 친구 만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 아니겠나?”
그런데 택만 총각은 얼굴이 편안하지 못했어.
택만의 안색을 설펴보던 친구가 말했어.
“알겠네, 자네 집에 계시는 부모님이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은데 우리도 마찬가지일세. 자, 서둘러 요기를 끝내고 집으로 가세.”
“그래, 이 고기도 좀 들어보게.”
옆 친구가 택만이 앞으로 구운 고기가 담긴 접시를 밀었어.
“아닐세, 아니야.”
택만은 김치며 나물무침만 먹었어.
“아니, 저 택만 총각은 왜 가리는 음식이 저리도 많아요?”
주모가 셈을 치르러 온 택만이 친구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어.
“네, 저 친구는 몇 해 전에 집에 불이 났어요. 그때 모친이 불에 데어 고생하신 적이 있어요. 그 뒤부터는 불에 구운 음식이라면 절대로 먹지 않아요.”
“아이고, 정말 결심이 굳은 사람이로군요.”
“그럼요, 벌써 오래 전 일인데 아직도 변함없어요. 아마도 한번 먹은 마음은 죽을 때까지 지킬 걸요.”
“으음! 장작 값을 후하게 쳐드려야겠군요.”
“그게 좋겠구먼요. 저 친구는 돈이 생겨도 자기에게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오직 부모 공양에만 써요. 어릴 때에 뒷산에 가서 알밤을 주워도 반드시 집으로 가져가 부모님께 먼저 드리고 나서야 조금 맛볼 정도라니까요.”
“아이고, 정말 대단한 효자이네.”
“네, 그래서 우리 친구들도 저 친구한테 많이 배워요.”
“그래요? 그거 참 보기 좋은 일이네요.”
이윽고 자리가 파하고 모두 일어나 집으로 오게 되었어.
택만 총각은 서둘러 시장으로 도로 들어가서 아버지 신발이며 어머니 목수건 등 부모에게 들릴 물건을 샀어.
“택만이 같은 효자는 다시없을 거야.”
“암, 우리 마을의 자랑이지.”
택만의 소문은 점점 널리 퍼져나갔어.
“택만 효자에게 상(賞)을 내리도록 청을 올립시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요.”
고을 선비들이 나라에 청을 올렸어요.
이윽고 나라에서 상이 내려왔어요.
“이웃에 모범이 되는 착한 효자 권택만에게 앞으로 세금과 부역을 면해주도록 하라.”
이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효자각을 세웠어.
그 뒤에도, 택만은 똥오줌을 받아내며 지극한 정성으로 부모님을 잘 모셨으나 세월이 많이 흘러 마침내 부모님은 돌아가셨어.
택만은 목 놓아 울면서 부모님이 상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음식은 입에 대지 않고, 오직 좁쌀죽만 먹으면서 무덤을 지키고 제사를 정성껏 올렸어.
택만은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글을 많이 지으며 마음을 달래었어.
택만은 자기의 호(號)를 ‘조모현(朝暮見)’이라고 짓고 아침저녁으로 산소를 찾아가 슬피 울었어. ‘조모현(朝暮見)’은 <맹자(孟子)>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인데 ‘아침저녁으로 찾아보며 문안을 드린다.’는 뜻이래.
그래, ‘사람은 효자라야 충신도 될 수 있고 열녀도 될 수 있다.’라는 말은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라는 말처럼 그 사람이 효자라면 무슨 일이나 다 잘한다는 뜻일 것 같구나.
○ 이 이야기는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세워져 있는 ‘권택만 효자각’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효자, 효부에 대한 전설은 전국적으로 거의 같은 구조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결국은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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