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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피어보니 잎 지고 나니 낙엽(4편)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12월 05일(금) 15:1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IMG1에에에에에엥―!'
드디어 통금해제 사이렌이 울린다. 건넛방 혁준이가 넘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 잘 잤다. 어! 너는 한숨도 안 잤어? 얼굴들이 왜 그래?”

녀석은 정말 천하태평이다. 돈 한 푼 없는 놈이 할 짓 다하고 태연하게 들어온다. 내 눈치를 슬슬 보더니만 화장실 가는 척 방에서 나가 버린다.
어쩔 도리가 없다. 아가씨한테 사실대로 말하는 방법밖에 없다.

“저…… 최양 한데 할 말이 있어…… 어려운 건데…… 실은 술값이 많이 모자라…….”
아가씨는 의외란 듯이 잠깐 멈칫 하더니만 이내 장난기 어리게 입을 쪽 내어 보이더니만 밝게 웃는다.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아저씨한테 한잔 산거예요. 다음에 정말 미안하면 아저씨가 나한테 한잔 사주시면 되잖아요?”

“내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뭘 믿고 외상을 주지?”
“아저씨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녜요. 또 술값은 외상이 아니라 제가 산거예요. 그러니 나중 인연이 있으면 만나게 되겠죠?”

어린 나이의 아가씨지만 예의가 바르며, 생각이 깊고, 대범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왜? 이런 아가씨가 복을 받고 태어나지 못하고 기구한 인생을 살아야 되는지 신이 원망스럽다. 나는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혁준이와 서둘러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아니 이럴 수가?

가게 전체가 아수라장이다. 전면 진열장이며 내부가 엉망으로 부서져 있다. 결국 흑장미 그놈들의 보복행위란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나쁜 놈들! 내 너희들 뿌리를 뽑지 않으면 사람 아니다.”

서서히 날이 밝자 행인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흘깃흘깃 보며 지나간다.
잠시 후 후배들이 와서 수리를 오전 내내 하고 있노라니 ‘빨뿌리 명수’가 급하게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형님! 지금 정안 여인숙에 병태 때린 놈들 투숙하고 있습니다.”
어제 뿔뿔이 도망친 후 병태, 명수 등 몇몇이 정안 여인숙에 투숙을 했는데 오늘 아침 세면을 하고 나오는 그 놈들을 병태가 보았다는 것이다.

그 여인숙은 나의 선배가 하고 있는 곳이므로 후배들이 가끔씩 이용한다. 긴급히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3명이 아직 있다고 선배가 귀띔해 준다. 1㎞ 남짓한 거리이므로 일하던 손을 멈추고 10여명이 달려갔다. 여인숙은 막다른 골목 안에 있기 때문에 골목 입구만 지키면 도망갈 데가 없다. 골목 입구에 막 도착하니 마침 그놈들이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놈들은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 꽁꽁 묶어 신천 방천둑 다리 밑으쓱한 곳으로 끌고 가서 병태가 맞은 만큼 골병을 지어 보냈다. 속이 후련하다. 이렇게 까지는 안하려 했는데 이젠 방법이 없다. 이놈들 절대로 용서를 못한다.

눈에 띄는 데로 박살을 낼 것이다. 나는 어차피 해병대에 갈 것이니까 나한테 다 덮어씌우면 된다. 아니면 아버님의 도움을 받을 수 도 있다. 대구 OO경찰서 간부로 계신다.

후배들에게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고 2인 이상 같이 다니라는 부탁의 말을 하고 나는 그날 오후 ‘옥성루’로 갔다. 최양이 있는 술집 이름이다. 어제는 우한 중에 잘 보지 못했던 ‘옥성루’를 자세히 보니 입구는 좁았지만 안쪽에 들어가 보니 확 트여진 넓은 마당에 각종 화초가 심겨져 있는 정원이 있고 ㄷ자 형식의 한옥에 대여섯 칸의 방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는 한번도 와보지 못했던 고급 기생집이다.

나는 마음씨 좋고 후덕해 보이는 60대 주인마담에게 최양을 찾으니 “이제 막 잠자러 들어 갔다”고 말하며 인자한 웃음을 보인다.
“어제 계산이 전부 얼마나 되죠?”

“아~! 어제 그 총각이구나. 최양 지가 돈 낸다고 절대 받지 말라고 했는데……최양 깨울까?”
“아니 깨우지 마세요. 제가 돈 낼 테니 빨리 얼마인지 가르쳐 주세요!”
나의 독촉에 주인마담은 “휴~” 한숨을 길게 쉬더니만 방에 들어가서 장부를 보고 모두 ‘만 이천 원’ 이라고 한다. 만 오천원을 주면서 최양에게 이 돈을 반드시 전해 주라고 부탁하고 나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고등학교 1분기 등록금이 삼천몇백원씩 했으니 만 오천원이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나는 최양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나온 것이 너무 아쉽고...괜히 짜증난다.

“에이! 하필 잘게 뭐야! 깨우라고 할 걸......”
-계속 (5편은 다음호에 실어드립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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