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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람을 살려야
- 석보 삼의리 ‘삼형제’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4년 12월 26일(금)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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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만약 네가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영양땅 산밑마을이라 불리는 곳으로 한 총각이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찾아 왔어.
“어머니, 이곳은 땅이 기름져 보입니다. 또 산이 아늑하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기 일곱 봉우리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도록 합시다.”
“오냐, 오냐. 나는 네가 좋다면 어디나 다 좋다.”
“네, 이곳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 잘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총각은 우선 칠성봉(七星峰) 바라보이는 바위 옆에 기둥을 세우고 풀을 베어 얹어 움막부터 지었어.
‘연세 많으신 어머니가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각은 이 생각뿐이었어.
‘그래야 돌아가신 아버지도 마음이 편하실 거야.’
저녁때가 되어서야 겨우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움막이 지어졌어.
그 뒤, 총각은 어머니가 편하도록 움막을 조금씩 더 넓혀가는 한편 부지런히 일을 했어.
‘내가 열심히 일을 해서 다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 아버지는 편찮으셔서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그 바람에 집도 헐값에 빼앗기고 어머니는 걸음도 제대로 못 걷게 되셨다.’
총각은 날마다 두 손을 모으며 다짐하였어.
그러자 멀리 있는 마을에서도 이 총각 소문이 퍼져나갔어.
“저기 산밑마을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한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농사를 짓는데 대단한 효자라고 해.”
“그래? 효자라면 언젠가는 복을 받을 거야.”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
그런데 어머니는 점점 쇠약해졌어.
“아, 어머니가 더 오래 사셔야 하는데!”
총각은 날마다 뒷산에 올라 약초를 캐다 어머니에게 달여 드렸어.
“애야, 네가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 밭일만도 힘들 텐데 밥하고 빨래하고 또 약까지 달이느라…….”
“아닙니다. 어머니! 아무 걱정 마시고 어서 기운이나 차리십시오,”
총각은 늘 웃는 얼굴로 어머니를 위로하였어.
어느 해 초겨울이었어.
그 날도 총각은 뒷산으로 갔어.
‘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네. 말려둔 도라지며 산나물이 있기는 하지만 무얼 좀 더 구해 와야겠어. 무엇이 좋을까? 옳지, 마른 버섯을 따다가 국을 끓여드리자.’
총각은 참나무 고개로 발길을 옮겼어. 이곳은 길이 험해서 보통 때에는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어.
‘쓰러져 말라버린 참나무 줄기를 찾으면 표고가 있을 거야.’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어.
‘서둘러야 하겠는걸. 이러다가 갇히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거야.’
총각이 참나무 고개에 막 이르렀을 때였어.
‘아니, 저게 뭐지? 곰인가?’
나무 밑에 무엇인가 엎드려 있었어.
‘그런데 꼼짝도 하지 않네? 죽었는가?’
총각은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어.
‘어, 사람 같은데!’
그 사람은 다 떨어진 천이지만 얼마나 휘둘렀는지 얼굴도 보이지 않았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총각이 아무리 불렀지만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어.
‘안 되겠다. 우선 업고 내려가자. 죽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기 그대로 버려둘 수는 없다.’
총각은 그 사람을 업고 집으로 내달렸어.
“정신 차리세요. 정신 차리세요. 우리 집으로 가서 몸을 녹입시다.”
총각은 계속 외쳤지만 그 사람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았어.
눈은 발목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많이 쌓였어. 바람도 세차게 불어와 얼굴을 때렸어.
총각은 몇 번인가 엎어질 뻔했지만 기어이 집에 닿았어.
둘둘 말린 천을 풀어보니 앳된 처녀였어.
총각은 어머니와 함께 처녀에게 뜨거운 미음(米飮)을 먹이고 손발을 주물러주며 간호를 하였어.
사흘이 지나서야 처녀는 겨우 정신을 차렸어.
“어찌 된 일이오.”
“네, 저는 이 산 너머 바닷가 마을에 살았습니다.
어느 날 왜구들이 쳐들어와 마을을 불태우고 곡식을 다 빼앗아 갔습니다. 그때 우리 부모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산으로 도망쳐서 고개를 수도 없이 넘었습니다.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쓰러졌어.
어머니가 말했어.
“얘야, 아무래도 이 아가씨는 하늘이 우리에게 보낸 것 같구나. 우리 식구로 삼도록 하자.”
“네, 우선 기운부터 차리게 한 다음 물어보도록 하지요.”
총각은 정성을 다해 처녀를 보살폈어.
처녀는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일어설 수 있었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나와 혼인해 주시오. 어머니와 나는 그대가 우리 집에 온 것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하고 있소.”
마침내 총각은 처녀의 허락을 받아 혼인을 하였는데, 아들을 셋이나 낳았어.
총각은 첫아들 이름을 ‘의남(宜男)’이라고 지었어.
“마땅할 의(宜), 사내 남(男)!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 들어있어.”
총각은 아들 삼 형제를 잘 키웠어.
그러자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자꾸만 이 마을로 살러왔어.
“이곳은 살기 좋은 곳이야.”
“암, 착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지.”
마을은 점점 커졌어.
그래서 중간마을도 생겼고 아랫마을도 생겼어.
맨 윗마을은 상삼의(上三宜)라고 불렀고, 중간마을은 중삼의(中三宜), 아랫마을은 하삼의(下三宜)라고 불렀어. 특히 하삼의에서는 사람들이 나무바가지를 많이 다듬어서 팔았다고 해서 ‘바가지점’ 혹은 ‘박점’이라고도 불렀어.
하지만 대개는 이 세 마을을 합쳐서 삼의골(三宜谷)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삼의리(三宜里)라고 해.
그래, 무슨 일을 이루려면 먼저 착한 마음부터 가져야 할 것 같구나.
○ 이 이야기는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에 전해오는 ‘삼형제’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름을 지을 때 이처럼 삼중구조로 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청송에도 상덕천, 하덕천이 있고, 대구에는 상동, 중동, 수성동(하동)과 상리동, 중리동, 평리동(하리동)이 있습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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