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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영양군 편 9)
어그래지지 마시더
- 석보 화매리 ‘어그랫골’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1월 29일(목)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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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만약 물러설 줄 모르고 싸우기만 한다면 결국 어떻게 될 것 같니?
석보 화매리에 ‘관곡(寬谷)’이라는 마을이 있어.
이 마을의 처음 이름은 ‘어그랫골’이었대.

마을 뒷산 줄기가 이리저리 얽혀있다고 해서 ‘얽힌골’이 점점 변해서 ‘어그랫골’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글어글하다’에는 길이 구불구불하고 길다는 뜻도 들어있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그랫골’이라고 하니까 사람들 사이가 벌어져서 어그러진 것을 떠올리기도 하는 모양이야.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정말로 편을 나누어 다투기도 했대.
마을 뒷산에 청룡(靑龍)과 백호(白虎)를 닮은 산줄기가 있어 두 편으로 나누어져 다툰 것이지.
“자, 이번에 관청에서 마을에 길을 내도록 자금이 좀 나왔소. 어느 쪽으로 길을 넓히는 게 좋겠소?”
이장이 마을사람들에게 물었어.

“그야 당연히 청룡마을 쪽으로 길을 내야하지요. 청룡마을은 여덟 집이고 백호마을은 일곱 집 밖에 되지 않잖소!”
“무슨 소리, 청룡마을 사람들이 읍내에 갈 때에는 반드시 백호마을을 지나야 하는데 길이 좁아 부딪힐 지경이잖소. 그러니 당연히 백호마을 앞을 먼저 넓혀야 하오!”
양쪽에서 서로 물러서지 않았어.

그리하여 백호마을에서는 청룡마을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길을 막기도 하였어.
“만약 우리가 길을 막으면 청룡마을에서는 어디로 다닐 건대?”
그러자 청룡마을에서도 가만있지 않았어.
“좋소. 우리는 백호마을에 보리나 산나물을 팔지 맙시다.”

청룡마을에서는 어디로 갈 때 백호마을을 빙 돌아서 다녀야 했고, 백호마을에서는 필요한 것을 멀리 이웃마을에 가서 더 비싸게 사야만 했어.
‘이러다간 양쪽 마을 사람들이 모두 손해를 본다. 어찌하면 좋을까?’
이 때, 마을 뒷산 깊은 곳에 작은 집을 지어놓고 글을 읽던 늙은 선비가 이 소식을 들었어.
‘내가 내려가 화해를 붙여야 하겠어.’

선비는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말했어.
“여러분, 어느 강가에 황새가 먹이를 찾으러 왔습니다. 마침 조개도 입을 벌리고 먹이를 먹고 있었습니다. 황새는 조갯살을 먹으려고 벌어진 틈으로 세게 쪼았습니다. 깜짝 놀란 조개는 얼른 입을 닫았습니다. 그 바람에 황새는 부리를 빼어내지 못하고 그만 물리고 말았습니다. 이 때, 한 어부가 나타났습니다. 황새는 어부를 보고도 도망치지 못하였습니다.

조개도 사람의 기척을 느꼈으나 황새가 고약하다며 입을 벌리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조개와 황새는 둘 다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다투는 것이 이와 다를 바 무엇입니까? 우리끼리 싸우다가는 두 쪽 다 가난해지게 될 것이고 그럼 모두 이 마을을 떠나야 될지도 모릅니다.”

“으음…….”
마을 사람들은 신음 소리를 내었어.
그래도 선뜻 화해하자고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
선비는 다시 입을 열었어.

“여러분,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 작은 달팽이 뿔이 서로 다툰다는 말입니다. 한 몸에 달려있는 두 뿔이 서로 다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처를 입으면 결국 그 화는 달팽이한테 돌아옵니다. 달팽이가 죽으면 뿔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을 망쳐서는 아니 됩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마을 이름을 서로 싸우는 느낌을 주는 ‘어그랫골’에서 서로 용서하고 베풀어주자는 느낌을 주는 ‘관곡(貫谷)’으로 바꾸고자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 때였어,
“좋습니다. 우리가 물러서겠습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괜히 고집을 부렸습니다. 우리가 양보하겠습니다.”
양쪽에서 서로 물러서겠다고 나섰어.
그 뒤, 이 마을은 ‘어그랫골’에서 ‘관곡’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대.

그래,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구나.

○ 이 이야기는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전해오는 ‘어그랫골’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서로 다투는 ‘어그랫골’에서 화합(和合)하고 관용(寬容)을 베푸는 ‘관곡(貫谷)’으로 지명을 바꾼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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