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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영양군 편 12)
앗, 잉어가 날아올랐다
- 영양읍 ‘비릿골’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3월 09일(월)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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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한겨울에 두꺼운 얼음을 뚫고 잉어가 튀어 올랐다면 도대체 어떠한 일이 있었을 것 같니?
옛날 어느 곳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한 총각이 있었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림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그런데 할머니는 연세가 높아서 허리가 꼬부라진데다가 눈까지 어두웠어.
이 총각은 할머니를 위해 밥도 짓고 빨래도 했어.
“애이고, 내가 박복하여 너를 고생시키는구나.”
할머니는 손자가 애처로워 어쩔 줄 몰랐어.

“아이고, 할머니. 할머니는 어린 저를 키워주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걸음도 제대로 못 걸으시고 앞도 잘 보실 수 없게 되셨잖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 총각은 할머니의 손발을 주물러 드리며 위로하였어.
“으음, 저 총각은 가난하지만 참으로 사람이 되었어.”
마을사람들은 하나 같이 총각을 칭찬하였어.

어느 해 겨울이었어.
“아이고, 나는 이제 더 못 살 것 같다. 왜 이리 입맛이 없는지 모르겠구나.”
할머니는 아무 것도 들지 못했어.
할머니의 병은 점점 깊어져 어떨 때에는 헛소리까지 하였어.

“아이고, 귀신님! 제발 나 좀 잡아가소. 아이고, 힘들어.”
할머니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신 쿨룩쿨룩 기침을 하였어.
총각은 가을에 캐서 말려 두었던 약초를 달여 드리기도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어.
할머니는 점점 아무 것도 입에 대지 못하였어.

총각의 가슴은 마구 타들어 갔어.
“할머니, 제발 무엇이나 좀 들어보세요. 그래야 기운을 차리시지요. 제가 내년에 갚기로 하고 쌀을 조금 꾸어왔어요. 이 죽을 좀 들어보세요.”
총각은 바싹 마른 조밥은 자기 앞으로 당겨놓고 쌀로 끓인 죽을 할머니 앞에 놓아드렸어.
그래도 할머니는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어.

“참, 이럴 때에는 때에는 잉어탕이 좋다고 들었어.”
총각은 밖을 내다보았어.
때는 한겨울이라 눈보라가 쌩쌩 몰아쳤어.
‘그래도 냇가에 나가 보아야 해.’

총각은 헛간에서 도끼를 찾아들고 냇가로 나가다말고 이웃집에 들러 부탁하였어.
“할머니께 잉어를 좀 구해다 드려야 하겠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저의 할머니를 좀 보살펴주십시오. 밥을 못 드셔서 제가 죽을 좀 끓여놓았습니다.”
“암, 그러고 말고!”

이웃집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어.
총각은 바로 냇가로 달려갔지만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어서 잉어가 있을 만한 곳이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어. 총각은 가장 깊어 보이는 냇가 한가운데에서 얼음을 쪼기 시작하였어. 그런데 너무 두꺼워 한나절 가까이 쪼아도 뚫리지 않았어.

“아!”
총각은 너무 힘이 들어 주저앉았어.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하였어. 쓰리질 지경이었어.
그 순간이었어.
총각의 머리에 무언가 스쳐가는 게 있었어.
‘아, 나의 정성이 부족해서이다. 먼저 기도를 올려야 해!’
총각은 곧 꿇어앉아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어.

“천지신명이시여. 저의 할머니에게 드릴 잉어 한 마리를 구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우리 할머니는 저를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신 분입니다. 제발 우리 할머니를 살려주십시오.”
그래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

총각은 다시 기도를 올렸어.
“아버지! 아버지의 정령이 계신다면 제발 잉어를 구할 수 있게 해주소서. 할머니를 살려주소서.”
그러자 총각이 쪼던 얼음 구멍에서 갑자기 물이 펑 하고 치솟더니 잉어가 세 마리나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어.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총각은 얼른 잉어를 안고 달려 와 솥에 넣었어.
그리고는 푹 고아서 할머니께 드렸어.
“아이고, 좀 살 것 같구나.”

할머니는 점점 기운을 차리게 되었어.
그럴수록 총각은 정성을 다해 할머니를 공양하였어.
마침내 할머니는 이듬해 봄이 되자 거뜬하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집은 가난해도 나는 저런 효성스러운 사람한테 시집가고 싶어.”

총각에게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도 나타났어.
총각은 장가를 들어 아들 딸 낳고 잘 살았어.
할머니도 오래오래 살다가 세상을 떠났어.

그래서 이 마을을 ‘날 비(飛), 잉어 리(鯉)’ 즉 잉어가 날아올랐다 하여, 비릿골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해.
그래, 정성이 깊으면 못해낼 일이 없는 것 같구나.

○ 이 이야기는 영양읍 상원리 ‘비릿골’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비릿골에 ‘숭정처사수월공검축천단비(崇禎處士水月公儉祝天壇碑)’ 비각과 ‘비리동천(飛鯉洞天)’이라는 비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월(水月)이라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수월공의 또 다른 이름은 ‘조검’이었다고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 마을 이름이 비릿골인 데에는 잉어가 날아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성황당이 있었다 하여 성황동으로도 불린 적이 있는바 ‘빌다’에서 ‘비릿골’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보는 이도 있습니다. 잉어를 얻을 때에도 지극한 정성으로 빌었으니까요.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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