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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영양군 편 10)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3월 20일(금)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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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고맙다 정태야
- 수비 오기리 ‘너븐돌’ 전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사람이 보기 힘든 물건을 만났을 때에는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니?
“무엇이? 내 아들이 천 년 묵은 그 못된 여우에게 붙잡혀 있다고!”
천태산(天台山)이라는 높은 산에 살고 있던 마고(麻姑)할미는 이 소식을 듣자, 입을 씰룩이며 땅을 내리쳤어.
“어떻게 하면 여우를 잡을 수 있을까?”
마고할미는 연신 눈알을 부라렸어.
“옳지! 넓은 바위로 굴을 막아 버려야겠다.”
마고할미는 웬만한 집 마당만한 바위를 보자기에 싸들고 길을 떠났어. 천태산에서 가장 넓고 둥근 바위였어.
걸을 때마다 땅이 쿵쿵 울렸어.
“아이, 깜짝이야.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때, 정태(丁台)라는 총각이 새로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나섰다가 마고할미의 걸음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어. 정태 총각은 꾀도 많았지만 용기도 있었어.
정태 총각은 얼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았어.
“아니, 저게 무엇이지? 산(山)보다 큰 할머니가 커다란 보자기를 들고 있네.”
보자기의 그림자는 얼마나 넓고 짙었는지 그 밑은 마치 어두운 밤이라도 된 것 같았어.
정태 총각은 마고할미를 올려다보았어.
‘아이고, 키가 얼마나 큰 지 머리가 구름에 닿을 정도이네. 아이고, 무서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해.’
정태 총각은 마고할미를 쳐다보며 또렷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물었어.
“할머니! 들고 계시는 것은 매우 무거워 보이는데 그건 무엇입니까? 제가 좀 들어드릴까요?”
“돌덩이야. 너는 어림도 없어!”
“아니, 그렇게 큰 것을 싸들고 어디로 가십니까?”
“내 아들을 잡아간 천 년 묵은 여우를 잡으러 가는 길이야. 가서 굴을 막아버릴 거야.”
“굴을 막아버리면 아들은 어떻게 구합니까? 제가 가서 구해 올 테니 할머니는 여기에서 잠시 쉬고 계십시오.”
“음,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하군. 여기는 마침 물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니 잠시 쉬는 것도 좋겠구나.”
마고할미는 바위를 내려놓고 그 위에 앉았어.
‘어떻게 하면 마고할머니의 아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정태 총각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며 여우굴로 달려갔어.
‘옳지! 좋은 수가 있다.’
이윽고 정태 총각은 무릎을 치며 굴 앞에서 여우를 불렀어.
“여우님, 여우님!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여우님!”
“뭐라고? 나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하하하! 너는 누구냐?”
“네, 이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정태라는 총각입니다.”
“무엇 때문에 찾아왔느냐?”
“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여우님과 내기를 해보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엇을 걸고?”
“네, 제가 진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위를 드리겠습니다. 달밤에 누워서 자기에도 좋고 뒹굴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우님이 지신다면 마고할머니의 아들을 내놓으시면 됩니다. 데리고 있어봐야 먹을 것만 축나지 여우님께 무슨 도움이 됩니까? 그런데 마고할머니의 아들은 왜 가두셨는지요? 덩치만 크지 별로 똑똑하지도 않다던데요.”
“응, 그 할미가 나하고 나이도 비슷하면서도 늘 큰 소리를 쳐. 그래서 혼 좀 내어 주려고!”
“하하하!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러십니까?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우신 분께서!”
“그건 그렇고 문제는 무엇이냐?”
“네, 똑같은 크기의 말 두 마리가 있습니다. 키도 같고 몸무게도 같고 털빛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는 어미이고 한 마리는 새끼입니다. 어미와 새끼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하하하! 그렇게 쉬운 문제를 가지고 나한테 덤비다니!”
“겁만 주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그거야 달리기를 시켜보면 당장 알 수 있지. 젊은 놈이 더 빠를 테니 빠른 놈이 새끼이지.”
“아닙니다. 어미도 잘 달립니다.”
“그럼, 어느 말이 암놈인지 찾아내면 되지. 어미는 암놈일 테니!”
“아닙니다. 새끼도 암놈입니다. 딸이니까요?”
“으음…….”
여우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였어.
“여우님이 지셨습니다.”
“무엇이라고? 그래, 답은 무엇이냐?”
“네, 여물을 주어보면 압니다. 어미는 새끼에게 여물을 더 많이 먹이려고 양보를 합니다. 여물을 새끼에게 밀어주기도 합니다.”
“으음!”
“자, 제가 이겼으니 마고할머니의 아들을 내놓으십시오. 마고할머니도 지금 자기 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정태 총각은 마고할미의 아들을 구해 내었어.
마고할미는 아들을 보자 어쩔 줄 몰라 하며 부둥켜안고 겅중겅중 뛰었어.
“자, 이 바위를 너에게 주마. 고맙다. 그리고 여우한테 가서 전해라. 이제 다시는 내가 여우를 깔보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
“네에, 조심해서 가셔요.”
정태 총각은 여우에게 와서 마고할미의 말을 그대로 전했어.
“고맙다. 네 덕분에 이제부터는 마고할미와 싸우지 않아도 되겠구나.”
여우도 굴속에 숨겨두었던 금덩이를 꺼내어 정태 총각에게 주었어.
정태 총각은 마고할미가 놓고 간 바위 근처에 집을 짓고 살았어.
사람들도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하나 둘씩 모여들었고…….
그 뒤, 사람들은 이 바위를 ‘너븐돌(넓은돌)’이라고 불렀는데, 한자(漢子) 이름으로 ‘광석(廣石)’이라고도 부르며 아꼈어.
보름달이 떠오르면 마을사람은 물론 마고할미와 여우까지도 이 바위를 찾아와 같이 놀았어.
그래, 사람들은 무슨 물건이나 귀하게 생각할 때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구나.
○ 이 이야기는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에 전해오는 ‘너븐돌’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너븐돌’은 ‘넓은돌’로 보입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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