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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를 빨아내고
- 부남면 중기리 ‘효자동’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23일(목)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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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너는 아버지가 몹쓸 병에 걸려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니?

옛날 어느 마을에 이호영이라는 아주 착한 총각이 있었어.
“효도는 백행지본(百行之本)이라 하였으니, 모든 행동의 으뜸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효도하는 마음이 없으면 거짓 행동일 뿐이니라.”
호영은 서당에 나가서 열심히 글을 읽었어.

“또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루어야 하느니라.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면 이는 배우나마나 한 것이다. 언제나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일치되어야 하느니라.”
호영은 훈장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그대로 실천하였어.
어느 해 늙으신 어머니가 병이 들었어.

등에 종기가 나서 자꾸 곪아 들어가는 거야.
호영은 고약(膏藥)을 구해 와서 상처에 붙이고 천으로 감았어.
그래도 잘 낫지 않고 자꾸만 덧났어.
상처는 자꾸만 부어올라서 팅팅해졌어.

‘어머니는 종기 때문에 눕지도 못하시고 매일 엎드려 계셔야 한다, 얼마나 힘드실까?’
어느 날, 호영은 어머니의 종기에 입을 대고 빨아내기 시작하였어. 고름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호영은 꾹 참고 열심히 빨아내어 대야에 뱉었어.
“아이고, 시원하구나. 아이고, 시원해!”

어머니는 잠결에 시원하다는 소리만 연발하였어.
그러더니 바로 눕는 것이었어.
“휴우, 다행이다.”
어머니의 종기는 곧 나아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아이고, 네 덕분에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얼마 뒤, 이번에는 아버지가 체증(滯症)에 걸려 어떤 음식도 들 수 없게 되었어. 또한 두통(頭痛)도 함께 따라와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었어.
“아이고, 아무래도 내가 곧 죽을 모양이로구나. 이렇게 힘이 들다니!”
아버지는 겨우 말을 이어 나갔어.

‘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호영은 곧 이웃마을로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갔어.
“아버지의 병만 낫게 해주시면 몇 해가 되던지 이 집에 와서 일을 하겠습니다. 제발 아버지의 병환을 낫게 해 주십시오.”
호영은 간절히 빌었어.

“자네 부친의 병은 너무 깊어서 이 산중의 약으로는 고칠 수 없을 것 같네. 바다거북을 삶아드려야 하네. 바다거북은 어떠한 것이든 모두 소화를 시키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하니!”
“네, 알겠습니다.”
호영은 바로 바다로 달려갔어. 두어 달이나 걸리는 먼 길이었어.

호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달려서 이윽고 보름 만에 바닷가 마을에 이르렀어.
“바다거북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건 쉽게 구할 수 없네. 지금 이 마을에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네.”
“아, 어쩌면 좋을까요?”

“글쎄, 마침 지금이 파도가 몰려오는 철이니 높은 파도에 떠밀려 혹시 나오는 거북이가 있을지는 모르겠네.”
“네, 고맙습니다.”
호영은 바닷가로 달려가 손을 모은 채 기도를 올렸어.
“용왕님이시여. 바다거북을 한 마리만 구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이 때였어.
높은 파도가 밀려오더니 검은 물체 하나를 모래밭에 밀어놓는 것이었어.
“아니, 이것은 바다거북이가 아닌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호영은 바로 바다거북을 등에 짊어지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어.
“빨리 가서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드려야 한다.”

호영은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부지런히 달렸어.
그러나 너무 힘이 들어 중간에서 쉬지 않을 수가 없었어.
마침 밤이 되어 호영이는 비탈길에서 잠이 들었어.
“여보게. 자네는 귀한 약재를 얻었네그려.”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떤 노인이 말했어.
“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요.”
“장하네. 그런데 그 약은 매우 영물(靈物)이라 잘 삶기지 않을 걸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 근처에 아주 늙은 뽕나무를 찾아 그 줄기로 불을 때어야 하네.”
“네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이십니까?”
“응, 살았을 때에 잠시 의원 노릇을 좀 하였네.”
호영은 눈을 번쩍 떴어.

“아, 내가 무덤 옆에서 잠이 들었구나.”
호영은 무덤에 절을 하고는 다시 길을 떠났어.
호영은 집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와 뽕나무 장작으로 거북을 달였어.

그 동안 아버지는 더욱 바짝 말라 사람인지도 잘 모를 지경이 되어있었어.
“아버지, 이 약을 좀 들어 보셔요.”
아버지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어.
호영이는 숟가락으로 약을 아버지의 입에 넣어드렸어.
아버지는 간신히 한 모금씩 넘겼어.

그리하여 마침내 아버지는 병이 나아 다시 일어나게 되었어.
“야, 우리 마을 호영이는 천하에 둘도 없는 효자로다.”
마을 사람들은 호영이를 기리는 효자각을 지었어.
그 뒤, 이웃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을 효자동이라고 불렀어.

그래, 아무리 어려워도 정성이 있으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가 있구나.

○ 이 이야기는 청송군 부남면 중기2리 ‘효자동’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곳에는 경주이씨(慶州李氏)인 효자 이호영을 기리는 효자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효자각은 조선 순조 2년(1802년) 4월에 건립되었는데 부모님을 위해 종기를 빨아내고 온갖 약을 구하러 다닌 이호영 선생의 효행이 깃들어있다고 합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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