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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청송군 편 16)
부지런한 여인이여, 놀라지 마라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5월 29일(금)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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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네가 만약 이른 새벽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龍)을 보게 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 같니?
옛날 어느 마을에 매우 부지런한 아낙네가 있었어.
“오늘은 아침밥을 짓기 전에 빨래부터 해놓아야겠어. 아침을 먹고는 이웃집 밭에 나가 김을 매주어야 하니까.”
이 아낙네는 이른 새벽에 빨래 광주리를 들고 냇가로 나갔어.
냇가에는 물안개가 가득 끼어 있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
간신히 자리를 잡고 빨래를 시작하려는데 냇물 한가운데에서 무엇인가 솟구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 촤르륵!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도 요란하게 들려왔어.
‘무얼까? 아주 큰 것이 분명한데?’
아낙네의 머리에는 여러 가지가 떠올랐어.
‘혹시 송아지도 잡아먹는다는 큰 메기? 대웅전 기둥보다 더 굵은 뱀장어? 그럼 어쩌지?’
아낙네는 벌벌 떨었어.
‘아니야,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해. 내가 나쁜 짓을 했다면 몰라도 나쁜 일을 한 적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낙네는 주먹을 굳게 쥐고 마음을 가다듬었어.
이때 동산에서 해가 돋으려는지 붉은 기운이 감돌았어. 그 붉은 기운은 냇가에까지 비쳤어.
붉은 빛이 감도는 물안개를 뚫고 솟아오른 것은 커다란 용이었어.
굵은 눈알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다리, 그리고 날개!
“아!”
이 아낙네는 깜짝 놀라 금방이라도 입에서 “에그머니나, 용이다!”라는 소리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어.
‘아니지!’
그러면 어쩐지 방정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갔어.
‘참아야지. 무섭더라도 참아야지. 고함을 질렀다가 부정을 타 용이 승천하지 못하면 안 되니까!’
이 아낙네는 눈을 질끈 감고 용이 하늘로 올라가기만을 빌었어.
“용왕님, 부디 하늘로 잘 올라가소서.”
이 소리를 들은 용은 날아오르며 생각하였어.
‘으음, 이 여인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다른 곳에서는 백이면 백 모두가 호들갑을 떨어 우리가 주저앉고 마는데 이 여인은 이처럼 참고 견디는 구나.’
이윽고 용은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를 만났어.
“옥황상제님, 저를 다시 땅으로 내려 보내주십시오.”
“아니, 모두가 하늘나라로 올라오려는데 너는 왜 도로 내려가려는가?”
“네, 어디에 있으나 제가 할 일을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엎드려 있던 곳으로 도로 내려가 그곳 사람들을 위해 홍수도 막아주고 가뭄도 막아주겠습니다.”
“으음, 너는 참으로 착한 용이 되었구나. 너와 같은 용이 많아지는 것이 나의 바램이니라. 그렇게 하라.”
이리하여 용은 다시 땅으로 내려와 도로 엎드렸어.
그때까지 아낙네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어.
용이 올라가는 모습에 놀라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가 겨우 다시 빨래를 시작하였거든.
그런데 다시 용이 내려오자 이 아낙네는 또 정신을 잃고 말았어.
“아아!”
그러자 용이 말했어.
“여인이여. 놀라지 마라. 그대의 마음가짐이 하도 가상하여 이렇게 다시 내려왔노라. 내가 이곳을 지켜줄 테이니 열심히 일해서 잘 살기 바란다.”
“아이고, 용왕님이시여. 고맙습니다.”
아낙네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하였어.
그 뒤 이 아낙네는 부지런히 일을 해서 부자가 되었고, 아들딸을 많이 낳아서 행복하게 잘 살았어.
지금도 용은 바위가 되어 이곳에 엎드려 이 고을 사람들은 도와주고 있단다.
이곳 사람들을 처음에 이 바위를 용이 날아가다 앉은 바위라 하여 용비암(龍飛岩)이라 하고, 그 바위 아래 깊은 냇물을 용전천(龍纏川)이라고 불렀어. 용이 주저앉은 냇가라는 뜻이야.
그러다가 뒷날 이 바위의 기운으로 세종대왕의 비(妃)인 소헌왕후(昭憲王后)가 탄생하였다 하여 현비암(賢妃岩)으로도 불리게 되었는데, 지금은 대개 현비암으로 부르고 있단다. 소헌왕후가 바로 청송심씨(靑松沈氏)인데 이 용의 꼬리 부분에 청송심씨 시조 묘소가 있거든.
이곳 사람은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바위 언덕 위에 성황당을 지어놓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빌곤 한단다.
그래, 무슨 일에나 당황하지 말고 침착한 태도를 가져야 하겠구나.
○ 이 이야기는 청송읍 월막2리 ‘현비암’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대개의 이야기는 방정맞은 아낙네의 고함 소리에 놀란 용이 도로 주저앉게 되고 그리하여 심술을 부리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교육적으로 변용이 가능하므로 우리 고장 사람들의 침착한 사리 판단력과 은근한 품격을 강조하기 위해 조금 고쳤습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에서 태어나 진보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대구교육대학을 나와 청송 신촌초?진보초에서 교편을 잡은 바 있으며, 그 뒤 대구로 직장을 옮겨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동도서를 70여 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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