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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서 들려오는 아우성
- 수비면 계리 ‘한티재’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25일(목)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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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너는 무엇을 보고 우리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느 마을에 ‘한티재’라는 높은 고개가 있어. ‘한티’라는 말은 높고 가파르다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래.
임진왜란 때에 이 한티재로 왜군이 쳐들어왔어.
“왜놈들이 한티재를 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한티재는 적군을 막아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그렇다. 나라에서 군사들을 보내주도록 기다리다가는 우리나라 땅을 모두 놈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우리가 막아야 한다.”
백성들이 일어났어.

백성들은 저마다 괭이와 쇠스랑을 들고 한티재에 숨었어.
“으음, 여기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 이 고개에서 공격을 받으면 우리는 전멸하게 된다. 틀림없이 조선군이 숨어있을 것 같다.”
“정찰대를 보내겠습니다.”
왜군들은 정찰대를 보내어왔어.

멀리서 이것을 내려다 본 조선의 의병 대장이 조용하게 말했어.
“쉬잇! 내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공격하지 말라. 정찰대가 돌아간 다음 적군이 한꺼번에 넘어올 때에 집중 공격을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적을 무찌를 수 있다. 알겠는가?”
“네에! 알겠습니다.”
우리나라 의병들은 바위와 나무 뒤에 숨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
- 부웅 붕

벌이 날아와 한 의병의 콧등에 앉았어.
몹시 간지럽고 또 벌이 쏠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그 의병은 소리를 내지 않고 꾹 참았어.
왜군 정찰대가 고개 위에 까지 올라왔어.
“하하하! 어리석은 조선군들! 이 좋은 요새를 비워두고 있다니!”
왜군 정찰대는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 저 고개를 넘으면 읍내는 금방 우리 것이 됩니다.”
“좋다. 일제히 고개를 넘는다. 진군!”
왜군들은 물밀 듯이 밀려왔어.
그리하여 고개를 막 넘기 직전이었어.

“자, 이때다. 일제히 공격하라!”
의병 대장이 명령을 내렸어.
의병들은 일제히 활을 쏘고 바위를 굴렸어.
왜적들은 막 고개를 넘으려다 말고 바위를 안고 뒤로 글러떨어졌어.
- 으악! 으악!
- 캑!

왜군들은 마구 쓰러졌어.
그렇지만 왜군은 의병보다 수가 엄청나게 더 많았어. 백 배도 더 되었을 거야.
왜군들은 자구만 밀고 올라왔어.
의병들이 잠시 주춤하였어.
“물러나지 마라! 끝까지 싸우자!”

의병 대장은 있는 힘을 다해 외쳤어.
그러자 의병들은 다시 힘을 내어 바위를 굴렸어.
“아아!”
왜군 대장이 고개를 흔들었어.

“안 되겠다. 조선군이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바위 뒤에 숨어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왜군들은 오던 길로 되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어.
“만세, 만세!”
“와아! 놈들이 도망을 간다!”
의병들은 만세를 불렀어.

이 때 이곳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던지 계곡물이 붉게 물들었어.
바위 위에도 핏자국이 얼룩덜룩 하였어.
그리하여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곳에는 비만 오면 바위틈에서 핏물이 흘러나온대. 또 바위 위에는 붉은 발자국이 남아있는데 모두 핏물이 고인 자국이래.

그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람소리와 함께 그날 전투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대.
- 으악! 윽!
- 쏘아라. 바위를 굴려라!

그래, 우리의 산과 들에는 그 동안 우리가 겪어온 일들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 것 같구나. 우리는 두 번 다시 이런 잘못된 일을 겪지 않아야 할 텐데…….

○ 이 이야기는 영양군 수비면 계리 ‘한티재’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70여 권의 아동도서를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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