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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백년해로(白年楷老) 1편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25일(목)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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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지난 1여년간 연재되었던 ‘피어보니 잎, 지고 나니 낙엽’을 마치고 이번호부터 새로운 ‘백년해로’가 연재됩니다.
“자기 앞 5m 전방에 빠알간 장미꽃 한 송이가 피어 있습니다. 매우 아름답습니다. 냄새가 아주 향기로울 것 같습니다. 냄새를 맡아 봅니다. 냄새가 나지를 않습니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갑니다. 냄새를 또 맡아봅니다. 역시 나지를 않습니다. 몇 발짝 앞으로 다가갑니다. 이젠 향기로운 냄새가 납니다. 너무너무 향기롭습니다.
향기로운 냄새를 마음껏 맡습니다. 장미꽃을 꺾으려고 손을 뻗어 봅니다. 아야! 장미꽃 가시에 손이 찔렸습니다......“
“여러분! 조용히 눈을 뜹니다. 이제부터 암산을 시작합니다. 자기 머리 속에 아주 커다란 주산을 그립니다. 자, 떨고 놓기를... 354원이요, 249원이요, 1254원이요, 5329원이요......”
암산 특강은 2시간이다. 30도 이상의 찌는 듯한 여름 날씨에 꼬박 서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암산을 할 때 숫자를 머리 속에서 그냥 셈 한다면, 절대로 고단위의 숫자를 셈 할 수 없지만 머리 속에 그려져 있는 주판으로 셈을 한다면, 아무리 많은 고단위의 숫자라고 해도 척척 셈 해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연상법, 영상법, 명상법등. 머리를 맑게 해주고, 잡념을 없애어 오직 주판만이 머리 속에 그려지게 해서 암산을 숙달시켜야 한다. 이것이 암산을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지쳐 있는 몸을 사무실 소파에 기댄 채 땀을 닦고 있었다.
밖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학생! 이 학원 원장 선생님 이름이 김성호 씨가 맞나?”
“예!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난 느그 원장 선생님 고향 친구다.”
“아아~, 그러세요. 제가 원장 선생님께 안내해 드릴께요.”
“아이다. 내가 직접 올라가 보끄마. 학생 고맙데이.”
반가운 나의 고향 친구, 노경태의 목소리다. 너무나 뜻밖이었다.
대구에서 무척 거리가 먼 조그만 오지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너무도 반가워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1층 계단에서 계절에 맞지 않는 듯한 짙은 색의 긴 남방을 입고 올라오는 경태의 모습이 보인다.
“야아! 노경태! 나다. 성호다.”
경태는 올라오다 말고 구릿빛 싱싱한 얼굴을 치켜들고, 밝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어이, 김 원장! 마침 있었구나. 진짜 오랜만이다 야!”
“아니 이렇게 갑자기 웬일이야?”
“동네 친구들 몇몇이 하고, 공판장에 수박 팔러 왔다가 니 생각이 나서 잠깐 들른 기다. 근데 느그 학원 찾는데 몇 바퀴나 삥삥 돌았데이. 택시 운전사들이 ‘대구 경리학원’ 카이 잘 모르더라.”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았다. 경태의 구릿빛 얼굴과 건장한 몸에서 싱싱한 고향 내음이 베어난다. 도시 생활에 찌들어 버린 나에게 고향 내음이란 그 얼마나 그리운 단어였던가.......
“누구랑 같이 올라 왔나?”
“바우, 학수하고 같이 올라왔다. 요즘 시골에선 수박을 못 팔아서 난리가 났다 아이가. 1년 내내 피땀 흘려 지은 농사를 밭에 그대로 둔 채 팔지도 못하는 농민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젠 장사꾼들마저 찾아오지를 않아서 할 수 없이 우리는 다아믄 씨 값이라도 건지려고 이래 직접 공판장으로 나와 본 기다. 근데 여기서도 뾰족한 수는 없을 것 같꾸마.”
“바우, 학수도 올라 왔다고? 지금 어디 있나?”
“내일 새벽에 공판이 있다고 해서 공판장에서 선별 작업하면서 니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보고 니 만나서 꼭 데리고 오라 캐서 이래 찾아왔다는 거 아이가.”
“그래? 정말 보고 싶었던 친구들이 다 올라왔구나. 일단 사무실에 올라가서 차나 한 잔 마시고, 공판장으로 가 보자.”
나는 경태와 차를 마신 후, 서둘러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공판장을 향해 자동차를 달렸다. 지금쯤 시끌벅적해야 할 공판장이 조용하고, 한산하기만 하다. 요즘은 농산물 시세가 그리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공판장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판장으로 넘긴다고 해도 제 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바우와 학수는 보이지를 않는다.
“야들이 어디 갔노? 기다리라고 그랬는데......”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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