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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百年偕老) 4편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20일(목)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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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야! 그게 무슨 말이지! 우리 자영이 엄마가 어떻게 됐다고?”
나의 다그치는 말에 바우는 실눈을 뜨고 학수와 경태의 눈치를 살핀다. 학수와 경태는 자는 척하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조바심이 나서 바우를 일으켜 세우면서 외쳤다.
“바우! 조금 전에 누구한테 한 말이야! 내 마누라가 신바람 났다니? 빨리 바른 대로 이야기해! 우린 친한 친구잖아!”
학수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만 정색을 하며 말을 한다.
“성호야! 느그 마누라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 아이고 그럴까 봐 미리 이야기하는 기라. 그러니 니가 빨리 고향으로 내려 와야 된다 이말 아이가. 내가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이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사는 거라고 했잖아. 느그 마누라한테 아무일 없으니까 마음 놓거래이”
나는 친구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했다. 처음 만났을 때 학수가 했던 말과 바우가 지금 한 말이 그냥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서로들 눈치를 살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야들아! 너희들이 진정 내 친구라면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 다오. 틀림없이 너희들 지금 뭔가 나에게 숨기고 있어. 여기에 있는 나로썬 알 수가 없잖아 놀라지 않을 테니까 상세히 이야기 좀 해 주게.”
누워 있던 바우가 부스스 일어나 앉으면서 이야기한다.
“성호야! 미안하데이...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이왕 얘기 나온 거니까 할 수 없구마... 학수가 말했다시피 느그 마누라 한테 큰 일이 생긴 것은 아이고... 요즘 우리 동네에 춤바람이 나서 난리다. 소재지에 있는 사람들도 배우고, 시골에 있는 여자들도 춤 때문에 미쳐서 날뛰고 있다 아이가. 거의 다 여자들이라고 카드라.
느그 마누라도 요즘 춤 배우러 다니더라. 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춤 선생이라 카는 놈하고 여러 여자들하고 어울려 딴 읍내나 시(市)에 있는 큰 술집에 봉고차 타고 가서 실컷 놀다가 새벽에 들어온다 아이가. 망할 놈의 춤선생 XX!”
“자영이 엄마도 그런 짓을 하고 있다 이 말이야? 춤 배운지가 얼마나 됐어? 너희들 눈으로 직접 봤어?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고 이제 이야기하는 거야!”
나는 정신이 없었다. 설마 그럴 리가. 고생되더라도 3년만 참자고 이야기해 놓고... 착한 내 마누라가 그런 짓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럴 수가... 그러나...!
“성호야... 미안하데이. 진작 연락하려고도 생각했지만 좋은 일도 아니고... 니 내려오면 소주 한잔하면서 만나 직접 얘기할려고 그랬는데... 결국 오늘 이야기했데이. 우리는 니 눈치 봐 가면서 오늘 이야기 할라고 그랬기는 그랬다... 느그 마누라 춤 배우러 다닌지 아마 서너 달은 됐을 끼라. 요즘 우리 보면 슬슬 피해 버린다 아이가. 특별한 일은 없었을 테니 마음 놓그래이.”
나는 이제야 집히는 것이 있다. 몇 달 전, 우리는 자영이를 할머니한테 맡겼다. 아내는 장사를 하면서 자영이를 키우니 너무 힘이 든다면서 당분간만 맡기자면서 몇 번식이나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처음 나는 단호하게 반대했지만 너무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자니 애처로워서 할 수 없이 허락을 하여 지금도 자영이는 할머니가 키우고 계신다.
춤을 배우기 위하여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을 속이다니...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난다. 눈앞이 캄캄하다. 그렇게 믿고 사랑했던 아내가 나를 배신하다니... 아니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춤만..., 신이시여... 제발 나의 아내에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갑자기 괘종시계의 종소리가 울린다. 딩...딩...딩...딩...!
새벽 4시를 알린다. 나는 정신을 차려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말없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4시에 공판이 열린다고 하는데 이러고들 있으니 큰일이다.
“야들아!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빨리 공판장으로 가자! 늦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모두다 말이 없이 앉아 있다. 분위기가 어색하다. 나는 악세레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속도계의 바늘은 140km를 가리키고 있다. 더 이상은 나가지를 않는다. 바우는 뒷좌석에 앉아 겁을 먹은 표정으로 앞 의자를 부둥켜 안은 채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 나는 바우의 그런 모습이 우스웠다.
“야! 바우야. 왜 그렇게 의자를 꼭 붙잡고 있나? 죽을까봐?”
바우는 멋적은 듯이 슬며시 의자를 잡았던 손을 놓고 한마디 한다.
“내사마 죽기 싫데이. 느그들은 장가나 갔지만 나는 총각 아이가! 차 좀 천천히 몰거래이. 히히!”
바우의 말에 우리는 모두 웃었다. 나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갑자기 활기를 찾았다.
“야들아! 오늘 이야기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진정한 내 친구임을 다시 확인했다. 몇일 안으로 고향 내려갈 테니까 그 때 만나서 상세한 이야기하자. 그리고 계속 자영이 엄마 잘 돌봐 주게. 부탁하네. 너희들 말처럼 자영이 엄마한테 별 일 없을 거야!”-다음호 5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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