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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청송군 편 21)
주왕은 신라사람 이었을지도···
부동면 주왕산 ‘수단화’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20일(목)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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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수달래’ 또는 ‘수단화’라는 꽃 이름 들어보았니? 청송 주왕산에만 있는 꽃이래. 왜 이 꽃이 이곳에만 있는 걸까?
그 옛날 멀리 중국에 주도(周鍍)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당(唐)나라에게 망한 자기 나라를 되찾고자 자신을 후주천왕이라고 칭하며 난을 일으켰대. 그런데 힘이 부치어 주도는 도망을 치지 않으면 아니 되었어.
그래서 찾아온 곳이 바로 이곳 주왕산이래. 이곳은 산이 아주 깊어 숨을 곳이 많았거든.
이 산은 처음에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하여 석병산(石屛山)이라 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주방산(周房山, 周方山)으로 불리더니, 지금은 주왕(周王)이 숨었던 산이라 하여 아예 주왕산(周王山)으로만 불리고 있어.
주왕은 이곳에 숨어서 힘을 키우려고 애썼어.
그런데 당나라에서는 신라에게 주왕을 처치해 줄 것을 요청하였어.
그러자 당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던 신라는 마일성 장군에게 군사를 데리고 가서 주왕을 처치하도록 하였어.
그런데 마 장군이 군사를 데리고 달려 와 보니 산이 너무 깊어 주왕을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어.
그도 그럴 것이 주왕은 굴 안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입구가 바위 중턱에 있어서 좀처럼 찾아낼 수 없는 곳이었어. 또 나무가 자라 입구를 가리고 있었기에 더욱 찾기 힘들었어.
마 장군 5형제는 군사들을 시켜 골골을 샅샅이 뒤졌어.
“아무리 깊은 곳에 숨어도 밥은 해먹을 것이다. 어디에서 연기가 솟아나는지 살펴보아라.”
“네,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연기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싸리나무로 밥을 짓는 모양입니다.”
“음, 그렇구나. 싸리나무는 태워도 연기가 잘 나지 않으니까! 그래도 유심히 살펴보면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 그렇지 않아도 언제 물을 긷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밤중에 물을 퍼 올리기 때문에 우리가 못 보았을 수 있습니다.”
마 장군 형제와 군사들은 한 달도 넘게 산을 감시한 결과, 마침내 굴 입구를 찾아내게 되었어. 입구를 막아놓은 바윗돌이 아침이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보였던 거야.
‘으음, 밤에 저 돌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모양이다.’
마 장군 군사들은 굴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누군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어.
그런데 좀처럼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어.
“아마도 이미 다른 곳으로 도망을 친 모양입니다. 우리도 돌아갑시다.”
부하들이 말했어.
“안 된다. 쌀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는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마 장군의 부하들은 졸음을 참고 굴 입구를 노려보았어.
이윽고 그날 새벽이 되었어.
새벽안개가 가득히 피어올랐어.
“쉿, 저거 사람 같은데?”
짙은 안개 속에 얼핏 검은 물체가 무언가를 끌어올리고 있었어. 자세히 보니 굴 입구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고 있었어.
“쉿, 장군님! 저기 좀 보십시오.”
“음, 드디어 찾았구나. 일제히 활을 쏘자. 자, 준비 발사!”
신라군이 쏜 화살은 퓽퓽 굴 입구로 마구 날아들었어.
- 으윽, 으악!
주왕 일행은 마구 쓰러졌어.
보통 때에는 막아두었는데 새벽 짙은 안개를 틈타 물을 길으려고 입구의 바윗돌을 옆으로 밀어둔 때문이었어.
“아아! 나의 꿈이여! 나는 여기서 죽고 마는구나!”
주왕은 피를 철철 흘리며 울부짖었어.
이 때 흘린 피는 계곡으로 흘러들어가 맑고 맑은 물을 온통 붉게 물들였어.
그리하여 이듬해 봄 그 자리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목숨이 끊어지고 핀 꽃이라 하여 ‘목숨 수(壽), 끊어질 단(斷), 꽃 화(花)’를 써서 ‘수단화(壽斷花)’라고 불렀어. 그러다가 물가에 붉게 핀 꽃이라 하여 ‘수단화(水丹花)’ 또는 ‘수달래’로 부르기도 하였어. 수달래는 진달래와 꼭 같이 생겼지만 색깔이 더 진하고 꽃 가운데에 검은 점이 더 많아. 식물도감에는 ‘산철쭉’이라고 나와.
이 때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大典道君)은 살아남아 다시 힘을 기르려 했으나 실패했고, 딸 백련(白蓮)은 부모가 숨을 거둔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를 했다고 해. 그래서 이를 가엽게 여긴 사람들이 대전사(大典寺)를 짓고 백련암(白蓮庵)을 보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해.
그런데 위와 같은 전설이 있기는 하지만 주왕은 당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고 신라 때의 김헌창(金憲昌)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김헌창은 선덕왕에 이어 왕으로 추대되었으나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김주원(金周元)의 아들로서 이곳이 천연 요새인 만큼 자신의 아들 범문(梵文)과 딸 백련(白蓮) 등 온가족을 이끌고 이 산에 숨어들어 힘을 기르려 했으나 신라 조정에서 마일성을 보내는 바람에 진압 당하고 말았다는 거야.
신라 말기 920년께 낭공대사가 썼다는 <주왕사적>에는 주왕이 당나라에서 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김범문의 제자인 낭공대사가 김헌창의 난을 그대로 적으면 조정의 탄압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였으므로, 중국의 이야기로 바꾸어 숨기는 방식으로 당시 혁명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것이야.
그래, 그리하여 역사적 사실을 해석할 때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거지.
자, 또 곧 봄이 오면 수달래가 장관을 이루겠구나.
○ 이 이야기는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 ‘수단화’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70여 권의 아동도서를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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