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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영양군 편 24)
너도 살고 나도 살아야지
-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 ‘피바닥소’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08일(목)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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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얘야, 누가 네 일을 방해한다면 너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어느 마을 앞 냇가에 깊은 소(沼)가 있었어. ‘소(沼)’는 강에 있는 매우 깊은 물웅덩이를 말해.
그런데 이 소의 바닥이 피를 흘려놓은 것처럼 붉었어. 그러니까 소 밑바닥에 있는 너럭바위들의 빛깔이 아주 붉었던 거야.
“아이고, 무서워!”
“그러게 말이야. 정말로 여기에서 스님이 용을 죽였나 봐.”
“뭐라고? 스님이 용을 죽여?”
마을아이들이 냇가 바닥을 들여다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어.
“정말인지 저기 할배한테 가서 여쭈어 보자.”
마침 냇가에서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풀을 베고 있었어.
“할배요?”
“와아?”
“이 냇가에서 정말로 저 뒷산 절에 있던 스님이 용을 죽였니껴?”
“아, 그런 이야기가 있지. 그래서 이 소 이름을 ‘피바닥소’라고 안 카나? 강바닥에 피가 범벅이 되었다고 말이야. 그런데 사실은 말이야.”
“사실이라고요?”
“응, 사실은 스님이 용을 죽이려 하다가 살려 주었대.”
“네에, 왜요?”
“아주 오랜 옛날 저 뒷산에 작은 절이 있었어. 이 절에는 도를 닦는 스님이 한 분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대.”
“무슨 꿈요?”
“응, 오랫동안 스님이 열심히 도를 많이 닦아서 붉은 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는데 그날 밤에 그만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벌거숭이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게 되었대.”
“저런……. 왜요?”
“벌거숭이가 된 스님이 서둘러 입었던 옷을 찾는데 얼핏 용(龍)이 한 마리 보이더래. 절에서 바라보이는 바로 이 냇가에.”
“머리가 울퉁불퉁한 용 말이지요?”
“그래, 그 용이 바로 이곳 소에서 살고 있었어.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냇가의 용도 하늘에 올라가려고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나 잡아 내리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 ‘아니, 저놈의 용 때문에 내가 하늘로 올라가다가 그만 떨어지고 말았구나. 에잇, 고약한 용 같으니라고! 내가 저 용을 처치하고 말겠다.’ 이렇게 외친 스님은 냇가로 솥과 나무를 들어와서 물을 펄펄 끓이기 시작했어.”
“물을 끓여요? 뭣 하려고?”
“뜨거운 물을 용에게 퍼부어 용을 죽이려 한 것이지.”
“저런? 끔찍해요.”
“그래. 스님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야. 물을 다 끓여 통에 담다 말고 스님은 생각을 가다듬었어. ‘그래, 용 너도 하늘로 올라가야지.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나 때문에 죽으면 안 되지. 나를 끌어내린 건 속상하는 일이지만 그게 어디 네 힘으로 되겠느냐? 자, 하늘로 올라가거라.’ 그리고는 용을 밀어 올렸어. ‘네,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하늘로 올라가려면 멀었나 봅니다. 온갖 걸 다 붙잡고 늘어져도 올라가지 못하고 자꾸만 떨어지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용은 또 강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어.
바닥에는 넓은 바위가 있었는데 떨어지면서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그만 바닥이 붉게 물들 정도였어. 그래도 스님은 용을 도와주었어. ‘자, 조금만 더 힘을 내거라.’ 그러자 용은 다시 기운을 차려 힘을 주었어. ‘이이얏!’ 용이 힘껏 몸부림을 차자 이윽고 하늘로 치솟게 되었어. 그러자 스님도 용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게 되었어. 스님의 기운이 용을 도와주었고 용의 기운은 스님을 도와준 거야.”
“야, 신나겠다. 그래서 용도 스님도 다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구나.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강바닥에서 스님이 용을 죽였다고 하는 거지요?”
“그러게 말이야. 사실은 함께 날아올랐는데 말이야. 아마도 강바닥이 붉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야. 아무렴 도를 닦은 스님이 함부로 생명을 죽이겠니?”
“으음, 그렇구나.”
마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어.
집으로 가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땀을 닦으려고 삿갓을 들어 올렸어.
할아버지의 머리는 스님처럼 반질반질하였어.
한 아이가 돌아다보며 놀란 듯 외쳤어.
“어, 저 할아버지 머리가 수상하다. 혹시 그때 그 스님이 아닐까?”
○ 이 이야기는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 ‘피바닥소’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 전설에서는 스님이 용을 죽이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필자는 용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70여 권의 아동도서를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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