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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꽂고 군사를 호령하고
- 부동면 주왕산 ‘기암과 장군암’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05일(금)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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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  | | | ⓒ 청송영양인터넷뉴스 | |
얘야,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니? ‘산은 높고 물은 길다.’는 뜻으로 주로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단다. 이 말은 산이 높을수록 계곡이 길고, 계곡이 길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도 길게 이어지는 데에서 비롯된 말이지.
신라의 대전도군(大典道君) 벼슬에 있던 김주원(金周元)이 왕위 다툼에서 밀려나 피신한 곳이 바로 이곳 석병산(石屛山)이란다. 바위가 마치 병풍(屛風)처럼 둘러쳐져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지.
김주원은 아들 김헌창과 손자 김범문 그리고 딸 백련을 데리고 이 산으로 숨었어.
신라 조정에서 마일성 장군을 보내어 김주원을 잡으러 오자 아들 김헌창은 군사를 일으켜 맞섰어.
마일성 장군이 석병산이 바라보이는 두들 위에서 북을 울리며 전열을 가다듬자 김헌창은 돌병풍 위에 깃발을 꽂아 군사들의 위세를 내보였어. 그리고 그 깃발의 종류를 구분하여 산 밖에 있던 백성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리기도 하였어.
그래서 나중에 북을 울렸던 곳을 ‘북두들’이라고 하고, 깃발을 꽂았던 바위를 ‘기암(旗巖)’ 즉 ‘깃대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이 기암 건너편에 또 큰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쪽으로 평평한 곳이 있어서 군사들이 훈련하기 좋았어. 김주원 부자는 이 바위 위쪽에 진을 치고 군사들을 지휘했어.
그래서 나중에 이곳 바위를 ‘장군암(將軍巖)’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한편, 김주원의 손자 김범문은 만약의 경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피신시키고자 가파른 언덕에 굴을 뚫었어. 그리고 그 굴 가까운 곳에 무기를 숨겨두는 곳을 도한 마련하였어.
뒷날 사람들은 김범문이 뚫은 이 굴을 각각 ‘주왕굴’과 ‘무장굴’이라고 불렀는데, ‘주왕굴’은 김주원을 왕이나 다름없다고 본 데에서 붙인 이름이고, ‘무장굴’은 거기에 무기를 숨겼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란다.
김주원은 이 산 근처 마을 사람들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신라 조정에서 보낸 마일성 장군 형제와 그 군사들에게 포위당하여 보급이 끊어지자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을 수 없게 되었어.
어느 날 새벽, 김주원이 세수를 하러 잠시 굴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건너편 바위 뒤에 숨어있던 마일성 장군 부하들이 활을 쏘고 말았단다.
그리하여 김주원은 왕위를 되찾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단다.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 사람들은 김주원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절을 세웠는데 그의 벼슬이름을 따서 ‘대전사(大典寺)’라고 하고, 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은 암자에는 ‘백련암(白蓮庵)’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그 뒤, 석병산은 김주원이 방(房)을 꾸민 곳이라고 하여 ‘주방산(周房山)’으로 불리다가 차츰 주왕산(周王山)으로 고쳐 불리게 되었단다. 이때의 왕은 신라의 김주원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그런데 이 김주원을 그대로 밝히면 신라 조정의 핍박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여, 김주원 대신 멀리 중국의 ‘주도(周鍍)’라는 인물을 내세워 전설을 만들었는데, 이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해.
어느 쪽 이야기이거나 간에 신라의 마일성 장군 형제가 나오는데 이것은 중국 주(周)나라와는 시대가 맞지 않다고 해. 중국 주나라는 신라보다 약 1700년이나 앞서 망한 나리이거든. 또 동진(東晋)의 주도가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고 일컬으며 정권을 잡으려 하였다는 전설도 있는데, 동진 역시 주나라의 제후국이었으니까 역시 신라와는 차이가 많이 나지.
그래, 어쨌거니 깊은 산이어서 깃들어 있는 전설도 많구나. 깊은 골짜기에 콸콸 흐르는 폭포수, 정말 품이 넓은 산이 바로 주왕산이로구나.
○ 이 이야기는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 ‘기암과 장군암’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주왕산의 ‘주왕’이 누구이냐에 따라 두 가지 전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신라의 김주원(金周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주(周)나라의 주도(周鍍)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 다 왕위 싸움에서 밀려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70여 권의 아동도서를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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