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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옛이야기(영양군 34편 )
아, 바람도 머물러 있네
- 영양읍 감천리 ‘합풍골 명당’ 전설
조학제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31일(목)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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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영양인터넷뉴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얘야,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는 말이 있어. ‘착한 일을 많이 쌓으면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넘쳐난다.’는 뜻이야.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고운 부인이 살고 있었어.
이 부인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잘 자랐으나 어찌 된 셈인지 시집은 매우 가난한 집으로 오고 말았어.
거기에는 계모의 흉계가 숨어있었어.

‘내가 마음을 놓으려면 저 아이를 멀리 보내어야 한다,’
이 부인이 시집 갈 때 쯤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는 계모를 들였는데, 이 계모는 전처의 딸인 이 부인을 멀리 산밑 마을로 시집을 보내었어.

“여보, 첫 아이를 그렇게 멀리 시집을 보내어도 되겠소?”
“그럼요. 가까이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귀찮게 굴 게 아니에요?”
“아니, 자식이야 자주 만나야지 그걸 귀찮다 하는 것이요?”
친정아버지와 계모가 다투었어.
이 때 이 부인은 나섰어.
“괜찮습니다. 아버지. 저는 어디든지 시집을 가겠습니다. 부디 아버지가 마음 편히 계셨으면 합니다.”

이 부인은 멀리 산밑 마을로 시집을 갔어.
냇물을 건너고 숲을 지나고 바위언덕을 몇 번이나 지나야 하였어.
시집은 몹시 가난하여 하루 땟거리도 없었어.
부인은 억척같이 일하였어.
바위 틈새를 파일구어 밭을 만들었어.
조도 심고 수수도 심었어.
곡식은 잘 자랐어.
이 부인의 집은 점점 부자가 되어갔어.

이 무렵 계모의 친정집에 초상이 났어.
계모의 친정집에서는 유명한 풍수를 데려다가 묘터를 찾았어.
며칠 돌아다닌 풍수가 돌아와 말했어.
“여기에서 남쪽으로 냇물을 건너면 깊은 골짜기가 나옵니다. 그 골짜기에 알뜰한 부잣집이 있다기에 찾아가 뒷산에 올라가 살펴보았더니 바람이 들지 않아 춥지 않고, 햇빛도 머물러 꿩도 알을 품으며 엎드려 있을 만한 명당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묘를 쓰면 좋을 것입니다.”
“좋소! 그럼, 당장 일꾼들을 보내어 준비를 하시오.”
계모의 친정집에서는 일꾼들을 보내어 묘터를 다듬고 광중을 파기 시작했어.

그 날 밤이었어.
종일 밭일을 하여 몹시 피곤했던 부인의 꿈에 흰 노인이 나타나 말했어.
“그대는 얼른 일어나 물동이를 이고, 뒷밭 산중턱으로 올라가 보라.”
“아, 신령님!”
“그대의 땅에 타인이 들어오려 하고 있으니, 해가 뜨기 전에 일을 마쳐야 하느니라.”
“네에.”
‘아이고, 참 이상한 꿈도 다 있네.’
부인은 일어나 물동이를 들고 뒷산으로 향했어.

이미 동쪽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어서 크게 어둡지는 않았어.
밭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니 파놓은 흙더미가 보였어.
‘아, 여기에 누군가가 묘를 쓰려고 하는 모양이로구나. 어제 낮에 얼핏 사람들이 보이더니 광중을 다 파 놓았네. 그런데 꿈에는 이 땅이 우리 땅이라고 하였는데……. 옳지, 이 물동이로 물을 길어다 부으라는 모양이로구나.’

부인은 옆에 있는 계곡으로 가서 물을 길어다 광중에 부었어.
여남 번 길어다 붓자 광중에 흥건해졌어.
‘이만 하면 되었겠지. 해도 떠오르고 있으니 이제 그만 내려가야 하겠다.’
부인이 내려가고 얼마 있지 않아 계모의 친정집 일꾼들이 다시 찾아왔어.
“어, 이상하다. 어제는 물이 없었는데 물이 꽉 차 있다.”
“밤중에 바위틈에서 물이 째나온 모양이다.”
“그렇다. 이런 곳에다 묘를 쓸 수는 없지. 돌아가서 마님께 말씀 드리세.”
그리하여 물러간 다음 다시는 계모의 친정집에서 찾아오지 않았어.

얼마 뒤에 이 부인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이 부인은 남편과 의논하여 뒷산 묘터를 찾아가 보았어.
물은 언제 부었느냐는 듯 다 빠져나가고 흙이 말랑말랑하였어.
“음, 돌아가신 아버지도 평소에 이곳이 바람이 머물고 알을 품고 있는 곳이라 하여 좋은 묘터라고 하셨소.”
“그럼, 여기에도 묘를 씁시다.”
그리하여 이 부인은 이곳에 시아버지를 모셨어.

그 뒤에 이 부인의 집은 이 묘터 덕분인지는 몰라도 점점 부자가 되어 아주 잘 살았다고 해.
그래, 그저 제 본분을 잘 지키며 착하게 살아야 하겠구나.

○ 이 이야기는 영양읍 감천리 ‘합풍골 명당’ 전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곳을 합풍골(合風谷) 복치혈(伏雉穴)이라고 하는데, ‘합풍골’은 ‘바람이 합쳐져서 머무는 골짜기’라는 뜻이고, ‘복치혈’은 ‘꿩이 엎드려 있는 형국의 터’라는 뜻입니다.

○ 필자는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출신으로 대구달성교육장을 역임하였으며, 70여 권의 아동도서를 집필한 바 있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한국일보 제정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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