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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 75년 전 학적부에서 학도병 615명의 이름을 찾다
고등학교 학적부 15,132건 조사...학도병 참전 추정 기록 615건 발굴
조학제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15일(월)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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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교육감 임종식)은 10일 6․25전쟁 당시 학업을 중단하고 전장으로 향했던 학도병들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추진 중인 중․고등학교 학적부 전수조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쟁 속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했지만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학도병들의 존재를 공식 기록으로 확인하고, 잊힌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75년 동안 학적부 속에 잠들어 있던 무명 학도병들의 흔적을 찾아내 공식적인 역사 기록으로 되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교육청은 2022년부터 추진한 학적부 전산화 사업 과정에서 1950년 전후 제적생이 다수 확인되고, 일부 제적부에서 ‘학병’이라는 기록이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이후 실제 참전 사실이 기록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왔던 학도병 역사를 공식 기록을 통해 재조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상은 1951년 이전 개교한 중학교와 1953년 이전 개교한 고등학교 등 총 121개교다.

현재 경북 지역 32개 고등학교의 학적부 1만 5,132건에 대한 조사를 우선 완료했으며, 그 결과 학도병 참전으로 추정되는 기록 615건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록물 관리 전문가들은 학적부를 한 장 한 장 확인하며 전쟁 당시 학생들의 삶을 보여주는 기록을 추적했다. 조사 과정에서 △‘징집으로 입대’ △‘응소’ △‘학병’ △‘학도병’ △‘학도의용대원’ △‘종군’ △‘상이제대’ △‘명예제대’ △‘종군 중 복교 졸업’ 등 학도병들의 입대와 복귀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단순한 참전 사실을 넘어 전쟁 속에서 학생들이 수행했던 다양한 역할도 드러났다.

한 학적부에는 ‘미군 제7사단 31연대 소속 콜롬비아 통변’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통변은 오늘날의 통역 또는 의사소통 지원 역할로, 당시 학생들이 외국군과의 연락과 문서 전달, 현장 의사소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중․고등학생들은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전투뿐 아니라 군 관련 문서 작성과 편지 대필, 연락 업무, 통역 보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지원했다. 학적부 속 짧은 기록은 이들이 단순한 소년병이 아니라 자신의 배움과 지식을 나라를 위해 사용했던 학생들이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기록도 확인됐다. 포항고등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출정 시 복부관통’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어 전쟁터에 내몰렸던 소년들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을 짐작하게 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학생들의 종군 기록도 발견됐다. 김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의 학적부에는 ‘현역군인으로 복무’, ‘군에 입대’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으며, 상주여자중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종군’이라는 문구가 확인돼 여성 학도병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중학교 학적부 조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이름을 찾아내기 위해 기록 복원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도병들의 삶과 활동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기록화할 계획이다.

임종식 교육감은 “학적부에 적힌 짧은 단어들은 75년 전 멈춰버린 소년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라며 “남겨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다시 불러줌으로써 잊혀졌던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교육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도병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구술 자료와 사진, 생활 기록 등 다양한 사료를 연계해 경북 학도병의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조학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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